(The city of Portland, Oregon, under the proverbial heat dome. Photo: Unsplash)
하루중 햇볕이 가장 쎈 시간은 정오경이지만
그로부터 약 2시간 후에 가장 더워지는 까닭은
데워지자마자 쉬 식는 공기와 달리
땅은 데워지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즉, 대지가 뚝배기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하룻동안의 온도변화를 기후변화에 비유하면
우리는 지금 낮12시에서 오후2시로 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뚝배기는 바다이고요.
적어도 지난 수십년간 바다의 온도는 빠른 속도로 차올랐습니다.
그 덕에 기온은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즉 기후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뚝배기가 완전히 데워진다면
우린 지구온난화의 지옥불 맛을 아주 제대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뚝배기가 불에서 내려진 후에도 한동안 뜨거움을 유지하듯이
바다가 꾸준히 달궈지고 있고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탄소중립하더라도 온난화는 멈추지 않습니다.
따라서 탄소중립이 급하냐 급하지 않냐 하는 것은 올바른 질문이 아닙니다.
기후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그 징조가 여기저기서 조금씩 보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2021년 초여름에 북미대륙 서부를 뒤덮은 히트돔입니다.
히트돔(heat dome)이란
더운 공기가 그 위에 있는 기단에 눌려 (마치 뚜껑으로 덮은 듯) 흩어지지 못 해서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자연현상으로서
더운 공기덩어리를 옴싹 달싹 못 하게 가두는 그 힘은 아주 먼 곳에서부터 옵니다.
이것이 뚝배기와 바다의 다른 점입니다 (부엌의 뚝배기는 뚝배기 속에 담긴 음식을 데우지만 바다라는 뚝배기는 부엌이 아닌 거실이나 안방에 까지 열기를 전달)
일테면, 라니냐(La Niña)때 더워진 열대 서태평양 수온에 의하여 데워진 공기가
이 지역 우세풍과 제트기류에 의하여 북동쪽 (그러니까 미국과 캐나다)으로 이동하다가
점차 식으며 하강하는데 이 때 그 아래 있던 더운 공기덩어리는 눌려 버립니다.
그런데 이 히트돔 현상은 평년보다 높은 해수온과 함께 나타나면 더욱 더 강력해져요.
지난 수십년간 수온이 가장 많이 오른 해역은 인도양, 열대서태평양 그리고 서안경계류 (특히 아열대환류 부근)입니다. 미국 해양기상청(NOAA)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열대서태평양(동남아시아 인근) 수온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상승세를 꾸준히 보여왔는데 북동태평양 수온도 올해 들어 평년수준을 지속 상회했습니다.
UN회원국정부간 기후변화패널(IPCC)의 제5차 평가결과보고서(2013)에 따르면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폭염(heatwave)은 더욱 빈번해질 것임이 확실합니다.
즉, 올해 북미대륙을 강타한 역대급 폭염은 인류가 촉진한 기후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앞으로 보다 더 강력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참고문헌